SIMLAB 시리즈 실험기록 No.04 짧은 감정 일기
나는 늘 내면이 단단한 사람들이 부럽다.
남을 부러워 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알고, 그저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것.
내가 알고 있으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걸 느낄줄 아는 사람들이 부럽다.
난 지금껏 완벽주의에 성과주의에 스스로를 칭찬해주기 보다 늘 채찍질하기 바빳던 삶에 치이다보니 나는 스스로 ‘잘했다’, ‘이정도면 됐다’ 로 위로하는 법을 모르고 살았다.
사실 여러차례의 심리상담을 받아오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때가 많다.
그냥 내 이야기를 돈받고 의무감으로 들어주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힘든지 설명하는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가는 상담센터지만 내가 이곳에 정당한 댓가를 바라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그들이 내 삶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기는 하겠는가 싶은 마음에..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은 늘 떠나지 않는 것 같다.
이번에도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상담을 시작하면서 설명할 것들이 많고, 이야기는 할수록 길어지고 생각은 깊어졌고 복잡해졌다. 이전 상담에서도 그랬듯이 역시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허무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있다는 사실도 솔찍하게 이야기 했다. 내가 이번 상담을 받기를 결정한 것은 직업심리검사에서 내 9점짜리 자존감을 보고 마음을 먹었고, 뭔가 의미없이 구구절절 이야기만 하는 것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보고 상담의 방향을 잡는것이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인데, 무너지는 것에 대해 미리부터 걱정이 참 많다. 우선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앞에서 좀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나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고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싶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신 선생님은 검사를 하나 진행해보자고 권하셨다. 진행할 검사는 MMPI-2 검사였고 500문항 이상 한시간 정도 소요되는 검사였다.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편한 시간에 해보고 다음 상담때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나는 상담을 가기 전, 오전에 명상수업을 다녀온다. 명상을 하고 나면 아주 깊은 휴식을 취한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겐 매주 수요일 오전 시간이 나에게 주는 유일한 휴식같은 하루다. 매주 수요일은 이렇게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오전에는 명상, 오후에는 상담을 가는 것으로 일정을 세팅해두었다.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랄까..
명상이 끝나면 상담을 가기 전에 식사를 해야하는데 남편이 준 카드를 들고 내가 먹을 한끼를 사먹으러 다니는게 매번 마음이 무겁다. 메뉴를 고르면서 늘 가격을 따져본다.
남편은 종종 점심에 김밥 한줄로 끼니를 떼우는걸로 알고있다.
그냥 나는 늘 바깥일 하는 남편에게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아주 크다. 반면에 집에서 아이를 보며 집안일을 하는 나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마음보다는 더 잘 해야하고, 완벽해야 하고, 아이에겐 다정한 엄마이길 바라고, 남편에겐 사랑스럽고 현명한 아내이길 바란다.
김밥 한 줄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나,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편히 대해주는 일조차 어려운 나.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설득이 필요한 걸까.
상담내용 요약
핵심 이슈
- 인정 욕구와 낮은 자존감의 뿌리
→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
→ 엄마를 가엾게 여겼던 감정과, 엄마와 비슷한 삶을 반복하는 자기 인식
→ 경제적 의존 구조에서 느끼는 불안과 죄책감 - 목표는 높지만 실행은 단절되는 패턴
→ 무수한 목표와 시작, 그러나 꾸준히 가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 자기 패턴 인식 - 내면이 단단한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자책
→ 외부 인정 없이 스스로를 북돋우는 능력에 대한 갈망 - 자기 돌봄에 대한 허락받지 못한 감정
→ 작은 소비나 돌봄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느낌과 그에 따른 죄책감
상담 피드백
- 부모와의 경제적 관계 구조가 현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반복하거나 동일시하는 점에 대한 인식은 중요한 통찰임. - 지금 시점에서는 말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는 것보다,
생활 속 자존감을 회복하는 작고 실제적인 실천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음. - 예: 소비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놓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자기 돌봄을 실천하는 것
- 심리검사(MMPI-2) 결과는 다음 회차에 다룰 예정이며,
자존감, 불안, 감정 기복의 구조적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 - 무거운 감정이나 질문은 바로 해소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깊이 있는 탐색의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
실험기록 No.04 — 기억 위에 쌓아 올리는 단단한 나
▣ 실험 목적
내면 깊이 자리한 인정 욕구와 낮은 자존감의 뿌리를 탐색하고, 살아온 과정에서 형성된 삶의 기본 프레임이 지금 나의 불안과 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
▣ 실험 배경
이전 상담들에서 ‘감정의 전이’, ‘경제적 의존으로 인한 불안’, ‘자존감의 취약성’이 주요 주제로 등장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가족 구조 안에서 형성된 신념이 현재의 나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또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실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함께 모색해보기로 했다. 선생님은 매일 오전에 명상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명상을 하는 것이 편도체에서 받아들이는 불안의 감정을 안정화 시켜주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셨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벌떡 일어나 무언갈 하기전에 눈뜬채로 볼스터에 몸을 펴고 누워 10~20분정도 호흡명상을 하고 간단한 긍정확언을 한 뒤 하루를 시작한다.
▣ 실험 도구
- 정부지원 심리상담 프로그램 (국민마음건강지원사업) 8회기 – 대면 심리상담 (4회차)
- MMPI-2 심리검사 진행 후 결과 대기
- 매일 오전 명상 및 호흡 루틴 (일상 속 실천 경과 공유)
▣ 실험 과정 요약 – 어린시절 경험이 주는 영향
항목 | 내용 |
---|---|
주제 | 어린 시절의 경험과 현재의 자존감 문제 간 연결 고리 탐색 |
핵심 대화 | – “나는 평생 일하는 엄마를 불쌍하게 여겼고, 지금의 나는 그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 어린 시절 칭찬받지 못한 경험과 ‘나는 괜찮지 않다’는 내면 인식의 시작 –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하면서 소비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중적 감정 |
감정반응 | – 인정받지 못한 과거에 대한 분노와 슬픔 – 소비와 만족 사이에서의 죄책감과 위축감 – ‘말한다고 바뀔까?’ 하는 허무함 |
실천항목 | – 먹고 싶은 음식을 거리낌 없이 먹으며 스스로를 존중해보는 연습 – 남편 카드로의 소비에서조차 자신에게 ‘괜찮다’고 허용하는 태도 – 명상 루틴을 통한 감정 안정 시도 |
▣ 주요 관찰 결과
항목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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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통찰 | – 불쌍하게 여겼던 엄마의 삶을 반복하면서 느끼는 자아의 모순과 혼란 – 인정받지 못했던 유년기의 경험이 현재의 자존감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 |
정서적 반응 | – 상담 중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변할까?’라는 회의감이 들지만 이는 변화의 문 앞에서 생기는 불안 반응일 수 있음 |
행동적 변화 | – 명상을 통해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있음 (자기 효능감의 회복 신호) – 단, 변화가 명상의 효과인지 컨디션 개선 때문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려움 |
치유 방향성 | –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작고 명확한 실천’은 인지보다 감각 회복에 효과적임 – 머리가 아닌 몸의 경험으로 ‘괜찮다’는 감정을 체득해야 하는 시기 |
▣ 실험 결과 해석
이번 회차에서는 자신의 자존감이 형성된 심리적 구조와 기원을 보다 깊이 탐색할 수 있었다.
부모의 삶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성장한 어린 시절의 감정은, 현재의 삶에서 동일한 구조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적이지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소비’와 같은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자기를 돌보고 있는 증거이며, 심리적 안정과 효능감을 회복하기 위한 물리적 실천으로서 의미가 크다.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감정은 실은 변화를 앞둔 혼란일 수 있으며, 이전보다 더욱 깊은 자기 탐색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상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선생님은 나에게 검사를 제안하셨음.
이번 회차에서는 당장의 극적인 변화보다는 작고 명확한 실천을 반복함으로써 ‘괜찮다’는 감각을 몸에 새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확인.
▣ 후속 실험 계획
- 다음 회차에는 MMPI-2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 성향과 기질, 반복되는 감정 패턴의 근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예정. - 일상 속 자존감 회복 루틴을 계속 실험하며, “사소한 일탈도 나를 위한 돌봄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관찰하고 기록.
- 일상 속 감정변화를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감정 그래프나 저널링을 통해 자가 모니터링 시도해보는 것에 대해서 고민중.
▣ 실험자 주석
이번엔 뚜렷한 해결이나 시원한 인사이트보다는 혼란 속에서 자기 구조를 해체하고 재정비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시간들이었다. 약간의 슬럼프처럼 찾아온 ‘의미없는 상담’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그 또한 변화의 한 부분이라는 걸 인지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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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아니고, 가정경영 CEO!
컴퓨터 전공은 아니지만 만학도의 힘으로 타전공 도전, 호기심과 끈기로 AI의 세계를 탐험 중.
“복잡한 걸 간단하게 설명하는 게 진짜 이해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음.
넷플릭스보다 AI뉴스 보는 게 더 재밌어진 엄마.